RE
그는 종종 자신이 저지른 것들에 대한 결과를 떠올렸다. 실수라기에는 계획된 거짓이었으나 참회를 하기에는 그다지 무겁지 않은. 딱 그만큼의 잘못. 어느덧 지나간 일이 되었지만, 관계의 재구축을 묻는다면 명쾌한 답을 제시할 수 없었다. 남에게도, 자신에게도. ... 그날 이후로 그의 마음에는 풀리지 않는 난제가 생겼다. ─세상에 둘도 없는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는 가족이라고 말할 수 없어. 하지만 이 관계를 단순히 친구라고 정의한다면...─ 인생에서 행복만큼의 불행이 필요하다. 그가 저지른 일이 둘 사이의 불행이라면 앞으로 있을 행복이란 어떤 것일까. 불행을 상쇄시킬 만큼의 양질일까. 그는 고민 끝에 한 가지의 결론에 도달했다.
─오래 기다렸지. 안녕, 나의 소울메이트.
SET
나는 시간이 지나며 세상 모든 것은 변하는 것이 섭리임을 부정하고 싶었다. 내일을 바라보는 것이 벅차서 소중했던 시간들만을 끌어안고 그것이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, 그 모든 것을 꾹꾹 눌러 쓴 오래된 일기장처럼 다루던 아이. 결국 희미해져 버리는 기억들이 아쉬워 들춰 보면 필연적으로 마주하는 사람. 그 모든 시간 속에 빼곡한 너. 그의 말대로 마음은 절대로 공평하게 나눌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, 그걸 깨닫기도 전에 천칭은 기울었고, 기우는 방향으로 마음은 향한다. 균형을 잡는 것 외에는 안중에도 없던 열한 살의 어린 아이는 스스로 판단하고 마음이 이끄는 대로 행할 줄 아는 스물 넷의 어른으로 자랐으므로, 나는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의 손을 잡는 법도, 감히 이 마음이 영원하길 바란다는 것도 알아. 그러니까,
―어디로 가면 좋을지 알려줄래?