만나서 반가워, 나의 공범자
낯선 세계에 발을 디딘 소년은 잔뜩 몸을 움츠린 채 주변의 눈치를 살폈다. 같은 열차 칸에 앉은 소녀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이럴 때엔 어떻게 해야하는지 고민했다.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자 소년은 자연스럽게 말을 걸어왔고, 두 사람은 제법 많은 대화를 했다. 하지만 그때의 이디는 알지 못했다. 소심한 헤이든 리브스가 얼마나 대담하고, 화끈하게…rnrn"헤이든?" 미친 짓을 벌일 수 있는지.rn"으앗, 이디, 도망쳐!" 그리고 자신이 그의 공범자가 되리란 것도.
해 질 무렵 지붕 위에서 만나
최근 헤이든은 래번클로의 첨탑 위를 찾는 일이 잦아졌다. 그곳이 그의 아지트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한 명 뿐이었으므로, 행방이 묘연한 그를 찾는 일은 자연스레 이디의 몫이 되었다. 헤이든은 붉게 물든 노을을 바라보며 한동안 말이 없었다. 그저 노을과 같은 채도를 띈 눈동자만이 고요하게 빛났다. 사위가 어두워진 뒤에도 한동안, 변함없이.rnrn"이디, 나 믿지?"rnrn헤이든이 평소와 다름 없는 얼굴로 웃으며 물었다. 이디는 응, 하고 선뜻 대답했다. 하지만 명석한 그녀는 알았다. 스스로를 신뢰하지 못하는 자만이 타인의 신뢰를 요구한다는 것을.
킹스크로스 역 납치 사건
7년 간의 자유는 끝이 났다. 그녀는 호그와트의 품에서 벗어났고, 이 열차가 킹스크로스 역에 도착하면 자신을 기다리는 가족들에게 돌아가야만 한다. 옅은 한숨을 내쉬는 이디의 앞에 헤이든이 나타났다. 이디, 나한테 할 말 없어? 그 순간, 그녀에게는 새로운 선택지가 생겨났다. 이를테면…rnrn"나 좀… 납치해 줘."rnrn자유롭게 하늘을 날아다니는 저 애의 손을 잡는다거나. 머뭇거리던 시선이 간신히 저와 마주쳐 온 순간, 헤이든이 기쁘게 웃었다. 잘했어, 이디. 언제든 그렇게 도움을 요청해도 돼, 우리는 공범자잖아.
어둠이 잡아먹은 것
노을빛 눈동자와 시선이 마주친 순간, 이디는 깨달았다. 눈 앞의 사람은 자신의 친구가 아니었다. 그 애가 친구를 보는 눈빛은 결코 저런 온도를 가진 적이 없었다. 코츠월드의 황금빛 밀밭 너머로 저무는 주홍빛 노을, 그 속에 파묻힌 소년은 훨씬 따뜻한 눈빛을 가졌는데. 그 애가 분명, 제 눈동자 속의 태양은 저물지 않는다고 했는데.rnrn"고작 이런 팬서비스 하나로 내 친구인 척을 하려는 거야?"rnrn거짓말쟁이.rn…하지만 기다릴게, 너는 일몰보다 일출에 어울리는 사람이니까.